고양이를 가족으로 맞이한다는 것은 설렘 가득한 일이지만, 동시에 15년 이상의 긴 세월을 책임져야 하는 무거운 약속입니다.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환경 변화에 극도로 예민합니다. 준비 없이 데려왔다가는 고양이도, 집사도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죠.
단순히 사료와 모래만 산다고 끝이 아닙니다. 이 글 하나면 입양 전 마음가짐부터 현실적인 비용, D-Day 시뮬레이션까지 완벽하게 준비하실 수 있도록 A to Z를 정리해 드립니다.
1. 현실 점검: 마음과 지갑의 준비 (비용 분석)
사랑만으로는 키울 수 없는 것이 반려동물입니다. 입양 전, 우리 가족이 고양이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지 냉정하게 체크해 보세요.
① 알레르기 검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
파양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갑자기 생긴 가족의 알레르기’입니다.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아니라, 침과 각질에 있는 단백질이 원인입니다. 입양 전 반드시 내과나 이비인후과에서 MAST 검사(알레르기 반응 검사)를 받아보시길 강력히 권장합니다.
② 현실적인 비용 계산 (초기 vs 월 유지비)
고양이는 ‘가성비’로 키우는 동물이 아닙니다. 병원비와 용품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아래 표를 보고 확인해 보세요.
| 구분 | 항목 | 예상 비용 (평균) |
|---|---|---|
| 초기 비용 (첫 달) |
– 기본 용품(화장실, 캣타워 등) – 예방접종(3회) + 검진 – 중성화 수술 |
약 50~100만 원 |
| 월 고정비 (매달) |
– 사료 및 간식 – 모래 (벤토나이트/두부) – 영양제 및 장난감 |
약 10~15만 원 |
| 비상금 (적금) |
노후 질환 및 응급수술 대비 | 월 5만 원 이상 권장 |
2. 입양 전 반드시 사야 할 ‘필수템’ 리스트
고양이가 오고 나서 주문하면 늦습니다. 아래 물품들은 입양 전날까지 세팅이 완료되어야 합니다.
🛒 쇼핑 체크리스트
- 이동장 (Carrier): 병원 갈 때 필수입니다. 천 소재보다는 튼튼한 플라스틱 하드 케이스(켄넬)가 안전합니다.
- 화장실 & 모래: 화장실은 몸길이의 1.5배 이상 큰 개방형을 추천합니다. 모래는 아이가 원래 쓰던 것과 같은 종류로 시작해야 배변 실수를 막습니다.
- 식기 (물그릇/밥그릇): 플라스틱은 턱드름을 유발할 수 있으니 도자기나 유리 소재를 준비하세요. 물그릇과 밥그릇은 떨어뜨려 놓는 것이 좋습니다.
- 스크래처: 소파를 지키고 싶다면 필수입니다. 수직형(기둥)과 수평형(평판)을 하나씩 준비해 취향을 파악하세요.
- 숨숨집: 낯선 환경에 겁먹은 고양이가 숨을 수 있는 안전한 동굴이 필요합니다. (종이박스도 OK)
3. D-Day: 집에 데려온 첫날, 집사의 행동 요령
첫날의 기억이 평생의 관계를 좌우합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투명 인간 놀이’입니다.
① 격리 공간(Safe Room) 만들기
처음부터 거실 전체를 보여주면 고양이는 패닉에 빠집니다. 작은 방 하나에 화장실, 사료, 숨숨집을 넣어두고 문을 닫아주세요. 그곳이 아이의 ‘안전 기지’가 됩니다.
② 억지로 꺼내지 마세요
이동장 문을 열어두고 고양이가 스스로 나올 때까지 기다리세요. 구석에 숨어서 며칠 동안 안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때 억지로 끌어내거나 눈을 마주치며 이름을 부르는 건 금물입니다. 밥과 물만 조용히 갈아주고 모른 척해주세요.
③ 밤새 우는 건 당연해요
낯선 환경과 엄마/형제와 떨어진 불안감에 첫날밤은 크게 울 수 있습니다. 안쓰럽다고 가서 안아주면 울음이 습관이 될 수 있으니, 묵묵히 지켜보며 시간이 해결해 주길 기다려야 합니다.
4. 입양 초기 건강 관리 로드맵 (병원 일정)
입양 후 1주일 정도 적응기를 거쳐 컨디션이 좋아지면 동물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 시기 | 해야 할 일 |
|---|---|
| 입양 직후 (1주일 내) |
기본 검진: 귀 진드기, 범백(파보) 키트 검사, 피부 곰팡이 확인. * 잠복기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입양 직후 바로 검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 생후 8주~ |
종합백신 (3차): 3~4주 간격으로 총 3회 접종. 고양이 범백혈구 감소증, 허피스, 칼리시 바이러스를 예방합니다. |
| 생후 4~6개월 |
중성화 수술: 발정 스트레스 해소 및 생식기 질환 예방. 첫 발정이 오기 전에 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Q. 목욕은 언제 시키나요?
A. 입양 직후 목욕은 절대 금물입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최소 2주 이상 적응 기간을 갖고, 냄새가 심하다면 따뜻한 물수건으로 닦아주는 정도로만 해주세요.
Q. 밥을 안 먹어요, 어떡하죠?
A.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는 1~2일 정도 밥을 안 먹을 수 있습니다. 사료 그릇을 숨숨집 근처 조용한 곳에 두고 자리를 비켜주세요. 만약 3일 이상 굶거나 구토/설사를 한다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합니다.
Q. 캣타워는 바로 사야 하나요?
A. 필수는 아닙니다. 아기 고양이는 근력이 약해 높은 캣타워에서 떨어질 수 있습니다. 처음엔 낮은 숨숨집이나 스크래처로 시작하고, 아이가 점프력이 생기고 성향(수직/수평)이 파악되면 그때 좋은 것을 사주셔도 늦지 않습니다.
에디터의 결론
고양이 입양 준비의 핵심은 ‘기다림’입니다. 낯선 곳에 떨어진 고양이에게 집사는 아직 ‘무서운 거인’일 뿐입니다. 빨리 친해지고 싶어 자꾸 들여다보고 만지는 것은 사람의 욕심입니다. 고양이가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와 머리를 비벼줄 때까지, 조용히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주세요. 그 기다림 끝에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골골송’을 듣게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