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허공 보고 짖나요? 강아지·고양이 치매(인지기능장애) 증상 5가지와 예방/관리법

어느 날부터인가 우리 강아지가 이름을 불러도 멍하니 쳐다보기만 하거나, 평생 가리던 배변을 실수하기 시작했나요? 많은 보호자님이 “나이가 들어서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깁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뇌세포가 손상되는 ‘인지기능장애 증후군(CCD)’, 즉 사람의 ‘치매’일 수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11~12세 반려견의 약 28%, 15세 이상에서는 무려 68%가 치매 증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치매는 완치는 어렵지만, 조기에 발견하여 관리하면 진행 속도를 늦추고 삶의 질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수의학적 진단 기준인 ‘DISHA’ 징후부터 뇌를 깨우는 영양 관리법까지, 노령동물과 행복하게 동행하는 법을 깊이 있게 다뤄보겠습니다.

1. 단순 노화일까, 치매일까? ‘DISHA’ 자가 진단

수의학계에서는 반려동물의 치매를 진단할 때 ‘DISHA’라는 5가지 행동 변화 기준을 사용합니다. 우리 아이에게 해당되는 것이 있는지 체크해 보세요.

📋 DISHA 체크리스트

  • D (Disorientation, 방향 감각 상실):

    익숙한 집 안에서 길을 잃거나, 문이 열려 있는 쪽을 찾지 못합니다. 벽이나 가구 틈에 머리를 박고 멍하니 서 있거나, 빠져나오지 못하고 낑낑거립니다.

  • I (Interaction changes, 상호작용 변화):

    보호자가 퇴근해도 반기지 않거나, 예전만큼 쓰다듬어 달라고 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보호자에게 집착하며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기도 합니다.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느리거나 없습니다.

  • S (Sleep-wake cycle, 수면 주기 변화):

    가장 흔한 증상입니다. 낮에는 죽은 듯이 잠만 자고, 밤이 되면 깨어서 집 안을 배회하거나 이유 없이 짖고 하울링을 합니다. (보호자의 수면 부족을 유발하는 주원인입니다.)

  • H (House soiling, 배변 실수):

    평생 완벽했던 배변 습관이 무너집니다. 화장실이 아닌 곳에 실수를 하거나, 배변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자다가 누워있는 자리에 그대로 싸기도 합니다.

  • A (Activity level, 활동성 변화):

    활동량이 급격히 줄어 무기력해지거나, 반대로 의미 없는 행동(같은 곳을 빙글빙글 돌기, 허공을 보고 짖기)을 반복합니다.

※ 위 증상 중 2가지 이상이 관찰된다면, 단순 노화가 아닌 인지기능장애를 의심하고 수의사와 상담해야 합니다.

2. 뇌를 깨우는 식단과 영양제 (항산화제)

뇌세포의 산화(노화)를 막는 것이 예방의 핵심입니다. 뇌 혈류를 개선하고 신경 전달 물질을 돕는 성분을 섭취해야 합니다.

① 필수 영양 성분 (영양제 고르는 팁)

  • 오메가-3 (DHA/EPA): 뇌세포막을 유연하게 만들고 염증을 줄입니다. 사람용보다 함량이 높은 반려동물 전용 제품을 추천합니다.
  • 항산화제 (비타민 E, C, 베타카로틴): 뇌세포를 파괴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합니다.
  • SAMe (샘이): 간 기능 개선제로 유명하지만, 뇌의 신경 전달 물질 생성을 돕는 강력한 항산화 효과가 있어 치매 보조제로도 쓰입니다.
  • MCT 오일 (중쇄중성지방): 포도당 대신 뇌의 에너지원으로 쓰여 인지 기능을 높여줍니다. (코코넛 오일 성분)

② 브레인 푸드 (항산화 식품)

블루베리, 시금치, 브로콜리, 단호박 등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채소를 살짝 데쳐서 사료 토핑으로 주세요. 단, 신장이 안 좋은 아이는 칼륨 수치를 고려해야 하므로 수의사와 상담이 필요합니다.

3. 집에서 하는 ‘뇌 헬스’: 환경 풍부화와 산책

쓰지 않는 근육이 퇴화하듯, 뇌도 자극이 없으면 굳어버립니다. 노령견이라고 하루 종일 잠만 재우는 것은 치매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 ‘노즈워크’로 뇌세포 깨우기

후각은 뇌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된 감각입니다. 눈이 침침하고 귀가 어두운 노령동물에게 코를 쓰는 활동은 최고의 뇌 운동입니다. 종이에 간식을 싸서 숨기거나, 산책 시 냄새를 충분히 맡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뇌 혈류량이 증가합니다.

✅ 새로운 자극 주기 (루틴 깨기)

매일 똑같은 산책 코스 대신, 가끔은 낯선 길로 가보세요. 새로운 냄새와 풍경은 뇌에 신선한 자극을 줍니다. 다리가 아파 못 걷는다면 ‘유모차 산책’이라도 나가서 바깥바람을 쐬게 해주세요. 햇볕을 쬐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조절되어 밤에 잠을 더 잘 자게 됩니다.

4. 생활 환경의 변화: 안전이 최우선

치매가 오면 공간 지각 능력이 떨어져 집 안에서도 부딪히고 다칠 수 있습니다. 아이를 위해 집 구조를 조금 바꿔주세요.

  • 가구 배치 고정: 가구 위치를 자주 바꾸면 아이가 혼란스러워합니다. 동선을 단순하게 유지하세요.
  • 충돌 방지 쿠션: 시력이 나빠지고 방향 감각이 떨어져 가구 모서리에 머리를 찧을 수 있습니다. 모서리 보호대를 붙여주세요.
  • 미끄럼 방지 매트: 다리에 힘이 풀려 자주 넘어집니다. 집 전체에 매트를 깔아 관절을 보호해 주세요.
  • 밤에는 조명 켜두기: 밤에 깨서 배회할 때 불안하지 않도록 작은 수면등을 켜두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치매약(제렌타 등)을 먹이면 완치되나요?

A. 안타깝게도 치매를 완치하는 약은 없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처방하는 ‘제렌타(Selegiline)’ 같은 약물은 뇌 내 도파민 농도를 높여 증상 진행을 늦추고, 인지 기능을 일시적으로 개선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증상 초기일수록 약물 효과가 좋으니 발견 즉시 상담하세요.

Q. 밤마다 너무 짖어서 잠을 못 자겠어요.

A. ‘밤 짖음’은 보호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증상입니다. 낮 동안 산책과 놀이로 에너지를 최대한 소비시켜 주시고, 자기 전 안정을 돕는 보조제(L-테아닌, 락티움 등)를 먹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정말 심할 경우 수의사 처방하에 수면 유도제나 진정제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Q. 배변 실수가 잦은데 혼내야 할까요?

A. 절대 혼내시면 안 됩니다. 아이는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뇌가 망가져서 배변 장소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괄약근 조절이 안 되는 것입니다. 혼내면 스트레스로 증상이 더 악화됩니다. 화장실을 여러 군데 더 만들어 주시거나, 맘 편하게 기저귀를 채워주시는 것이 서로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기억은 사라져도, 사랑받았던 감정은 남습니다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아이를 보는 것은 보호자에게 뼈를 깎는 아픔입니다. “내가 알던 그 아이가 맞나” 싶어 절망스럽기도 하죠. 하지만 아이의 머릿속 지우개가 기억을 지울 수는 있어도, 여러분과 함께하며 느꼈던 따뜻함과 사랑의 감정까지 지우지는 못합니다.

아이가 벽을 보고 멍하니 서 있을 때, 조용히 다가가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괜찮아, 내가 여기 있어”라고 말해주세요. 아이의 마지막 시간이 두려움이 아닌 안도감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우리가 아이의 낡고 고장 난 나침반이 되어주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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