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입 냄새와 침 흘림, 단순 치석일까? 난치성 구내염(LPGS)과 전발치 수술의 진실

고양이가 하품을 할 때 입안을 들여다보신 적이 있나요? 핑크빛이어야 할 잇몸이 핏빛으로 붉게 부어있고, 지독한 입 냄새가 난다면 단순히 양치를 안 해서 생긴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특히 밥그릇 앞으로 신나게 달려왔다가, 사료를 한 입 무는 순간 “캬악!”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는 행동을 보인다면 이미 상황은 심각합니다. 고양이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질병 1위, 바로 ‘난치성 구내염(LPGS)’입니다.

많은 집사님이 “스케일링하면 낫겠지”, “약 먹이면 되겠지”라고 희망을 걸지만, 이 병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고양이의 삶을 파괴하는 구내염의 정체와, 보호자들이 가장 두려워하지만 결국 선택하게 되는 ‘전발치(모든 이빨을 뽑는 수술)’에 대한 진실을 깊이 있게 파헤쳐 봅니다.

1. 단순 치은염 vs 난치성 구내염 (목구멍을 봐라)

고양이의 잇몸 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치석 때문에 잇몸 경계선만 붉어지는 ‘단순 치은염’과, 입안 전체가 불타오르듯 붓는 ‘구내염(Stomatitis)’입니다. 이 둘을 구분하는 핵심은 ‘목구멍 안쪽’입니다.

🔍 구내염(LPGS) 자가 진단 포인트

  1. 목구멍 발적 (Caudal Stomatitis): 입을 벌렸을 때, 이빨 주변뿐만 아니라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입천장과 혀뿌리 쪽 점막(구개설궁)이 붉게 헐어있다면 99% 난치성 구내염입니다.
  2. 끈적한 침: 물 같은 침이 아니라, 끈적하고 냄새나는 침을 질질 흘립니다. 입 주변 털이 항상 젖어있거나 지저분합니다.
  3. 그루밍 중단: 털을 핥으면 입이 아프기 때문에 그루밍을 포기합니다. 털이 떡지고 푸석푸석해집니다.
  4. 앞발 사용: 입이 아파서 앞발로 입을 자꾸 툭툭 치거나, 얼굴을 바닥에 문지릅니다.

2. 도대체 왜 생기는 걸까요? (세균이 아닌 면역의 문제)

“양치를 못 해줘서 생긴 건가요?”라며 자책하는 집사님들이 많습니다. 물론 치석이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난치성 구내염의 진짜 원인은 ‘면역 체계의 오작동(과민 반응)’입니다.

고양이의 몸이 치아에 붙은 아주 미세한 플라그(세균막)를 ‘공격해야 할 적’으로 오인하고, 과도하게 면역 반응을 일으켜 잇몸 조직 자체를 파괴해버리는 것입니다.

  • 칼리시 바이러스(Calicivirus): 어릴 때 허피스나 칼리시를 앓았던 고양이에게서 발병률이 높습니다.
  • 면역력 저하: 신부전, 당뇨, 혹은 고양이 백혈병(FeLV)이나 에이즈(FIV)에 감염된 경우 더 잘 발생합니다.

즉, ‘내 치아 알레르기’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내 이빨이 내 입안에 있는 한, 고통은 멈추지 않습니다.


3. 약물 치료의 한계와 ‘허니문 기간’

초기에는 동물병원에서 스테로이드(PDS)와 항생제를 처방받습니다. 드라마틱하게도 약을 먹으면 며칠 만에 밥도 잘 먹고 침도 안 흘립니다. 하지만 이것은 ‘가짜 평화’입니다.

  • 내성의 공포: 시간이 지나면 약발이 듣지 않습니다. 약 용량을 점점 늘려야 하고, 나중에는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당뇨나 쿠싱 증후군, 피부 얇아짐 등의 합병증이 찾아옵니다.
  • 신장 망가짐: 장기간의 스테로이드 복용은 고양이의 약점인 콩팥(신장)에 치명적입니다. 구내염 잡으려다 신부전으로 아이를 잃을 수 있습니다.

4. 최후의 수단이자 유일한 희망: ‘전발치 수술’

집사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단어입니다. “멀쩡한 생이빨을 다 뽑는다고? 밥은 어떻게 먹어?”라며 거부감을 느끼죠. 하지만 수의사들이 전발치를 권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원인(치아)이 사라져야 전쟁(염증)이 끝납니다.”

✅ 전발치 수술에 대한 오해와 진실

Q1. 이빨이 없으면 평생 습식만 먹어야 하나요?
A. 아닙니다. 수술 후 잇몸이 아물면 잇몸 자체가 단단해져서 건사료도 오독오독 잘 씹어 먹습니다. 오히려 이빨이 있을 때보다 통증이 없어서 훨씬 더 잘 먹고 살도 찝니다.

Q2. 수술하면 100% 완치되나요?
A. 약 70~80%는 완치됩니다. 약을 끊고 평범한 고양이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나머지 20~30%는 수술 후에도 약물 관리가 필요할 수 있지만, 수술 전보다 통증과 약물 용량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Q3. 부분 발치는 안 되나요?
A. 송곳니와 앞니를 남기는 ‘구치부 발치(어금니 발치)’를 먼저 시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구내염이 심한 경우, 남겨둔 송곳니 주변으로 염증이 다시 번져 결국 2차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의사와 상담하여 한 번에 전발치를 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5. 수술 후 홈케어와 영양 관리

수술을 결심했다면, 혹은 수술 전 관리가 필요하다면 집에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요?

① 통증 관리와 유동식

수술 직후에는 입안이 매우 아픕니다. 건사료를 불려주거나, 무스 형태의 습식 캔을 주사기로 급여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넥카라는 필수이며, 처방받은 진통제를 시간 맞춰 먹여야 합니다.

② 구내염 보조제 (락토페린 & 오메가-3)

  • 락토페린: 구내염 고양이 필수 영양제입니다. 침 속의 철분과 결합해 세균 번식을 막고 면역력을 조절해 줍니다.
  • 오메가-3: 강력한 항염 효과가 있습니다. 알약이 크면 터뜨려서 오일만 사료에 뿌려주세요.

③ 양치질은?

이미 구내염이 진행된 상태에서 칫솔질은 ‘고문’입니다. 피가 철철 나고 아이는 비명을 지를 것입니다. 칫솔질 대신 ‘바르는 치약(효소 치약)’을 입술 옆으로 살짝 밀어 넣어주거나, 물에 타 먹는 구강 유산균을 활용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FAQ)

Q. 전발치 수술 비용은 얼마인가요?
A. 병원마다, 아이의 상태(마취 시간, 발치 난이도)마다 다르지만, 보통 혈액검사와 마취, 입원비를 포함해 150만 원에서 300만 원 선입니다.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평생 먹여야 할 약값과 아이의 고통을 생각하면 가장 확실한 투자입니다.

Q. 다묘 가정인데 다른 고양이에게 옮나요?
A. 구내염 자체는 전염병이 아닙니다. 하지만 구내염의 원인이 ‘칼리시 바이러스’나 ‘백혈병 바이러스’라면, 그루밍이나 식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염될 수 있습니다. 아픈 아이는 격리하고 식기를 따로 써야 합니다.

Q. 수술 시기는 언제가 좋은가요?
A. 빠를수록 좋습니다. 약물로 버티다가 신장이 망가지고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수술하면 마취 위험도 크고 회복도 느립니다. 약을 먹어도 효과가 짧아지기 시작했다면, 수의사와 발치 상담을 해야 할 골든타임입니다.


“이빨을 잃고, 삶을 얻었습니다”

수술을 마친 보호자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입니다. 흉측하게 부어오른 잇몸과 지독한 입 냄새, 밥을 먹을 때마다 질러대던 비명 소리가 사라진 자리에, 다시 골골송을 부르며 보호자에게 머리를 비비는 건강한 고양이가 돌아옵니다.

전발치는 잔인한 것이 아닙니다. 24시간 칼로 찌르는듯한 고통 속에 사는 아이에게, ‘먹는 즐거움’과 ‘편안한 잠’을 돌려주는 가장 용기 있는 사랑의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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