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고양이가 갑자기 바닥에 납작 엎드려 목을 길게 빼고 “켁! 켁! 컥!” 하는 거친 소리를 냅니다. 집사는 황급히 등을 두드려주며 생각하죠.
“아, 또 헤어볼(Hairball)을 토하려나 보다. 그루밍을 너무 열심히 했나?”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입에서 나오는 건 없습니다. 고양이는 한동안 거칠게 숨을 몰아쉬다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어납니다. 만약 이런 장면을 자주 목격하셨다면, 죄송하지만 그것은 헤어볼이 아닙니다. 당신의 고양이는 지금 숨을 쉬지 못해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고양이 호흡기 질환의 대표 주자, ‘고양이 천식(Feline Asthma)’. 많은 보호자가 단순 구토로 착각해 골든타임을 놓치는 이 무서운 질병의 신호와 관리법을 명확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1. 결정적 차이: 토하는 걸까? 기침하는 걸까?
고양이의 구토(Vomit)와 기침(Cough)은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자세’와 ‘소리’에서 명확한 차이가 있습니다.
🤮 헤어볼 구토 (Digestive Issue)
- 자세: 등이 둥글게 솟아오르고, 배가 꿀렁꿀렁(복부 수축) 움직입니다.
- 소리: “꿀럭, 꿀럭” 하는 액체 넘어오는 소리가 먼저 들리고, 마지막에 “케엑!” 하고 뱉어냅니다.
- 결과물: 털 뭉치나 위액, 사료 등 토사물이 반드시 나옵니다.
😷 천식 기침 (Respiratory Issue)
- 자세: 배를 바닥에 거의 붙이고, 목을 거북이처럼 길게 앞으로 쭉 뺍니다. (기도를 확보하려는 본능적인 자세입니다.)
- 소리: 액체 소리가 없습니다. “켁- 켁-“ 하는 마른기침 소리나, “쉬익- 쉬익-“ 하는 쇠 긁는 소리(Wheezing)가 납니다.
- 결과물: 아무것도 나오지 않습니다. (가끔 가래를 삼키며 입맛을 다시기도 합니다.)
💡 핵심 체크: 아이가 “켁켁”거린 후 바닥에 토사물이 없다면? 100% 호흡기 문제입니다. 영상을 찍어서 수의사에게 보여주세요.
2. 고양이 천식, 도대체 왜 생길까? (범인은 집 안에 있다)
고양이 천식은 사람의 천식과 똑같습니다. 기도가 알레르기 반응으로 좁아져 숨을 못 쉬는 ‘면역성 질환’입니다.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대부분은 환경적인 요인이 방아쇠를 당깁니다.
🌪️ 가장 큰 적: 화장실 모래 (벤토나이트)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벤토나이트(광물형 모래)’는 입자가 곱고 먼지가 많이 날립니다. 고양이가 모래를 팔 때마다 미세한 먼지가 코와 폐로 직접 들어갑니다. 천식 진단을 받은 고양이라면, 기호성을 포기하더라도 먼지가 없는 두부 모래나 카사바 모래로 바꿔야 하는 이유입니다.
🏠 그 외의 위험 요소들
- 방향제 & 디퓨저: 사람에겐 향기롭지만, 고양이 폐에는 치명적인 화학물질입니다. 특히 아로마 오일은 절대 금물입니다.
- 담배 연기: 흡연자가 있는 가정의 고양이는 천식 발병률이 훨씬 높습니다.
- 집먼지진드기 & 꽃가루: 봄철이나 환절기에 증상이 심해진다면 환경 알러지를 의심해야 합니다.
3. 병원 진단과 치료: 스테로이드 vs 흡입기
병원에 가면 엑스레이를 찍습니다. 천식 환묘의 폐 사진은 기관지 벽이 두꺼워져서 ‘도넛 모양(Doughnuts)’이나 ‘기차 선로(Tramlines)’ 같은 특징적인 패턴이 보입니다.
치료의 핵심은 좁아진 기도를 넓히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입니다.
① 먹는 약 / 주사 (스테로이드)
가장 효과가 빠르고 저렴합니다. 하지만 스테로이드(PDS)를 장기간 복용하면 당뇨병, 쿠싱 증후군, 면역력 저하 같은 무서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급성기에만 짧게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② 흡입기 치료 (에어로캣) – ⭐추천
사람 천식 환자처럼 흡입기(인헤일러)를 사용합니다. 고양이 전용 보조기구인 ‘에어로캣(Aerokat)’을 입에 대고 약물을 흡입하게 합니다.
- 장점: 약물이 전신으로 퍼지지 않고 폐로만 전달되어 부작용이 거의 없습니다. 평생 관리가 가능합니다.
- 단점: 고양이가 마스크를 쓰는 훈련이 필요하며, 초기 비용(기구값)이 듭니다.
4. 집사가 해야 할 ‘청정 구역’ 만들기
천식은 완치가 없습니다. 당뇨나 고혈압처럼 평생 관리해야 합니다. 약물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숨 쉬기 편한 집’을 만드는 것입니다.
- 환기 타임: 하루 2번, 최소 10분 이상 환기를 시켜 실내 공기를 바꿔주세요. (미세먼지 나쁜 날 제외)
- 공기청정기 풀가동: 특히 화장실 주변과 고양이가 주로 자는 곳에 공기청정기를 둬야 합니다.
- 습도 조절: 건조하면 기침이 심해집니다. 가습기를 틀어 습도를 50~60%로 유지해 주세요.
- 청소기 필터 관리: 청소기 뒤로 나오는 미세먼지도 위험합니다. 헤파필터(HEPA)가 장착된 청소기를 사용하고, 침구류는 자주 세탁해 진드기를 없애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천식인 줄 모르고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요?
A. 기도가 영구적으로 좁아지고 폐포가 망가져 ‘폐기종’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 호흡곤란으로 인한 청색증(혀가 파랗게 변함)이 오고, 급사할 수도 있는 응급 질환입니다.
Q. 늙어서 기침하는 거 아닌가요?
A. 아닙니다. 천식은 2~8세 사이의 젊은 고양이에게서 가장 많이 발병합니다. 나이 탓으로 돌리지 말고 증상이 보이면 즉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Q. 에어로캣 훈련은 어떻게 하나요?
A. 처음엔 마스크만 얼굴에 대고 츄르(간식)를 줍니다. 거부감이 없어지면 기구를 연결하고, 그다음엔 약을 분사하는 식으로 아주 천천히 단계별로 적응시켜야 합니다. “이걸 쓰면 맛있는 걸 먹는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숨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고양이는 아파도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그저 구석에 숨어 거친 숨을 몰아쉴 뿐입니다. 오늘 밤, 잠든 고양이의 숨소리를 들어보세요. “쌔근쌔근” 편안한 소리가 아닌, 거칠고 쇳소리가 섞인 소리가 들린다면 지체 없이 병원 문을 두드리셔야 합니다.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 그것은 모든 생명체가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