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탓이 아닙니다, 강아지 쿠싱증후군 증상과 기대 수명 관리

함께한 세월이 길어질수록 우리 강아지의 모습도 조금씩 변해갑니다. 털의 윤기가 줄어들고 잠이 많아지며, 살이 찌는 것을 보며 보호자들은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특히 “우리 강아지는 나이가 들어도 밥도 잘 먹고 물도 잘 마셔서 건강해”라고 안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노령견에게 갑작스러운 식욕 증가와 음수량 증가는 건강의 신호가 아니라, 호르몬 시스템이 고장 났다는 위험 신호일 수 있습니다.

마치 올챙이처럼 배만 볼록하게 나오고 피부가 얇아지는 병, 바로 강아지 쿠싱증후군(부신피질기능항진증)입니다.

단순 노화로 오해하기 쉬워 ‘가면을 쓴 질병’이라 불리는 쿠싱증후군의 원인과 증상, 그리고 평생 관리법에 대해 수의학적 관점에서 상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쿠싱증후군(부신피질기능항진증)이란?

강아지의 신장 위쪽에는 ‘부신’이라는 작은 기관이 존재합니다. 이곳에서는 신체의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대사를 돕는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건강한 강아지는 필요할 때만 코르티솔이 분비되고 조절되지만, 특정 원인에 의해 이 호르몬이 필요 이상으로 과다하게 분비되는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쿠싱증후군이라고 합니다.

마치 스테로이드 약물을 매일 과다 복용하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되어, 신체 장기들이 서서히 망가지고 면역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주로 7세 이상의 노령견에게서 많이 발병합니다.

2. 왜 생기는 걸까요? (발병 원인)

쿠싱증후군은 원인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며, 이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뇌하수체 의존성 (PDH)

전체 쿠싱증후군의 약 80~85%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유형입니다. 뇌 속에 있는 뇌하수체라는 부위에 작은 종양이 생겨, 부신에게 “일을 하라”고 명령하는 호르몬을 끊임없이 내보내는 경우입니다. 주로 푸들, 닥스훈트, 말티즈 등 소형견에게서 많이 발생합니다.

부신 종양성 (ADH)

나머지 15~20%는 부신 자체에 종양이 생겨 코르티솔을 과잉 생산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한쪽 부신만 비대해지는 특징이 있으며, 종양의 전이 여부에 따라 수술적 제거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3. 보호자가 알아채야 할 핵심 증상 5가지

쿠싱증후군은 통증이 심한 병이 아니기 때문에 보호자가 초기 증상을 놓치기 쉽습니다. 다음의 변화들이 보인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다음, 다뇨, 다식 (3-Poly)

가장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 다음(Polydipsia): 평소보다 물을 엄청나게 많이 마십니다.
  • 다뇨(Polyuria): 소변량이 늘어 배변 패드가 흥건하게 젖거나, 배변 실수를 합니다. 소변 색이 물처럼 옅어집니다.
  • 다식(Polyphagia): 밥을 먹고도 계속 배고파하며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식탐이 비정상적으로 강해집니다.

올챙이 배 (Potbelly)

살이 찐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근육이 위축되어 생기는 현상입니다. 복근이 약해져 내장기관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배가 아래로 축 처지고 불룩하게 튀어나옵니다. 반면 척추 라인이나 다리 근육은 빠져서 앙상해 보입니다.

헐떡거림 (Panting)

더운 날씨나 운동 직후가 아닌데도 집에서 편안히 쉴 때조차 헥헥거리는 증상을 보입니다. 과도한 코르티솔이 호흡 근육에 영향을 주고 간을 비대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피부 변화

피부가 종이장처럼 얇아지고 탄력이 사라집니다. 혈관이 비칠 정도로 얇아지며, 등이나 몸통 쪽에 대칭적인 탈모가 발생합니다. 또한 피부에 검은 반점(블랙헤드)이 생기거나 석회화가 진행되어 딱딱한 혹이 만져지기도 합니다.

4. 진단과 치료: 평생 관리의 시작

쿠싱증후군은 혈액 검사 한 번으로 진단하기 어렵습니다. 호르몬 수치는 하루에도 계속 변하기 때문입니다.

진단 검사 (LDDST / ACTH)

병원에서는 선별 검사를 통해 간 수치(ALP) 상승 등을 확인한 후, 확진을 위해 호르몬 자극 검사를 진행합니다.

  • ACTH 자극 시험: 약물을 투여 전후의 코르티솔 수치 변화를 측정하여 부신의 반응성을 봅니다.
  • LDDST 검사: 8시간 동안 혈액을 3번 채취하여 뇌하수체 문제인지 부신 문제인지 감별합니다.

약물 치료 (관리)

대부분의 뇌하수체 의존성 쿠싱증후군은 수술보다는 약물로 관리합니다. ‘트릴로스탄(Trilostane)’ 성분의 약물을 매일 복용하여 코르티솔 수치를 정상 범위로 낮춰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병은 완치의 개념이 아니라, 당뇨병처럼 평생 약을 먹으며 호르몬 수치를 조절하는 ‘관리의 병’입니다. 약 용량이 너무 많으면 반대로 ‘에디슨병(부신피질기능저하증)’이라는 응급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수적입니다.

5. 치료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합병증)

“나이 들어서 그런 건데 꼭 독한 약을 먹여야 하나요?”라고 묻는 보호자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쿠싱증후군을 방치하면 단순한 외모 변화를 넘어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합니다.

  • 당뇨병: 코르티솔은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하여 당뇨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킵니다.
  • 혈전증(PTE): 혈액이 끈적해져 혈전(피떡)이 생기기 쉽습니다. 이것이 폐혈관을 막으면 급사할 수 있습니다.
  • 고혈압 및 단백뇨: 신장에 무리를 주어 만성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약을 먹기 시작하면 수명은 얼마나 되나요?
과거에는 예후가 좋지 않다고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좋은 약물의 등장과 조기 진단 덕분에 기대 수명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합병증이 없다면 약물 관리만으로도 평균 2~3년 이상, 혹은 천수를 누릴 때까지 건강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Q. 스테로이드 약을 오래 먹어서 쿠싱이 올 수도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이를 ‘의인성 쿠싱증후군’이라고 합니다. 피부병이나 관절염 치료를 위해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장기 복용했을 때 발생합니다. 이 경우 스테로이드를 서서히 줄여나가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습니다.

Q. 수술은 불가능한가요?
부신 종양의 경우 종양 제거 수술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령견인 경우가 많아 마취 위험 부담이 크고, 종양이 혈관과 인접해 있어 수술 난이도가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수의사와 상담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맺음말

강아지 쿠싱증후군은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 없이는 발견하기 어려운 병입니다. 그저 나이가 들어서 식탐이 늘고 살이 쪘다고 생각했던 모습이, 사실은 아이가 보내는 구조 신호일 수 있습니다.

우리 강아지가 7세 이상이고 물을 너무 많이 마시거나 배가 유난히 나왔다면, 다음 건강검진 때는 꼭 호르몬 검사를 받아보시길 권장합니다.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동반된다면, 쿠싱증후군이 있어도 여전히 행복하고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