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뒷다리를 끈다면? 강아지 허리 디스크(IVDD) 단계별 증상과 치료 골든타임

평소처럼 침대에서 뛰어내리거나 소파 위로 점프하던 강아지가 갑자기 “깨갱!” 하고 비명을 지르며 구석으로 숨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디가 부러진 건 아닌지 다리를 만져보면 괜찮은 것 같은데, 등을 쓰다듬거나 안으려고 하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거부 반응을 보입니다. 심한 경우 뒷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배를 바닥에 질질 끌며 걷기도 합니다.

이는 슬개골 탈구와는 차원이 다른 응급 상황, 바로 강아지 허리 디스크(추간판 탈출증, IVDD)의 신호입니다.

신경이 손상되면 영구적인 하반신 마비로 이어질 수 있는 무서운 질환, 강아지 허리 디스크의 단계별 증상과 치료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강아지 허리 디스크(IVDD)란?

척추뼈 사이에는 충격을 흡수해 주는 젤리 같은 쿠션 역할을 하는 ‘디스크(추간판)’가 존재합니다.

노화나 외부 충격, 혹은 유전적인 요인으로 인해 이 디스크가 제자리에서 튀어나와 척추 신경(척수)을 압박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사람의 디스크는 주로 통증을 유발하지만, 강아지의 경우 척수 신경이 눌리면 통증뿐만 아니라 다리를 움직이는 신호가 차단되어 마비 증상이 훨씬 빠르고 심각하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2. 유전적으로 취약한 견종 (연골이형성증)

모든 강아지가 걸릴 수 있지만, 유독 발병률이 높은 견종들이 있습니다. 이를 ‘연골이형성 견종’이라고 합니다. 유전적으로 뼈의 성장이 독특하고 허리가 긴 체형을 가진 아이들입니다.

  • 대표 견종: 닥스훈트, 웰시코기, 페키니즈, 시츄, 비글, 푸들, 프렌치 불독
  • 특징: 이 견종들은 생후 1~2년만 되어도 디스크의 수분이 빠지고 딱딱하게 굳는 석회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어, 작은 충격에도 디스크가 쉽게 터질 수 있습니다.

3. 위험도에 따른 1~5단계 증상 구분

강아지 허리 디스크는 신경 손상 정도에 따라 5단계로 나뉘며, 단계가 높아질수록 치료 확률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보호자의 빠른 판단이 중요합니다.

1단계: 통증만 있는 상태

  • 걷는 것은 정상이지만 등을 구부리고 걷거나(척추 후만), 안으려고 하면 비명을 지릅니다.
  • 계단을 오르거나 점프하기를 거부하고 구석에 숨어 덜덜 떱니다.

2단계: 비틀거림 (보행 실조)

  •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립니다.
  • 발등이 바닥에 닿은 채로 걷거나(나클링), 다리가 서로 꼬이는 증상을 보입니다.

3단계: 불완전 마비

  • 뒷다리에 힘이 없어 주저앉습니다. 스스로 일어서거나 걷지 못합니다.
  • 하지만 발가락을 꼬집으면 통증을 느끼고 반응합니다.

4단계: 완전 마비 (배뇨 장애)

  • 걷지 못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 소변과 대변을 보지 못합니다.
  • 방광에 오줌이 가득 차도 배출하지 못해 인위적으로 짜주어야 합니다.

5단계: 심부 통증 소실 (응급)

  • 가장 심각한 단계입니다. 발가락을 강하게 꼬집거나 뼈를 자극해도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합니다.
  • 신경이 완전히 괴사하기 직전 단계로, 24~48시간 내에 수술하지 않으면 영구적인 하반신 마비가 되거나 척수 연화증으로 사망할 수 있습니다.

4. 진단: 엑스레이로는 안 보이나요?

많은 보호자분이 “엑스레이 찍어보면 알 수 있나요?”라고 묻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엑스레이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렵습니다.

  • X-ray: 뼈의 간격이 좁아진 것을 보고 디스크를 ‘의심’할 수는 있지만, 신경이나 디스크 자체는 보이지 않습니다.
  • MRI (자기공명영상): 디스크가 튀어나온 정확한 위치, 신경 압박 정도, 척수 출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진단 방법입니다. 비용이 비싸고 마취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수술을 고려한다면 필수적입니다.

5. 치료 방법: 수술 vs 비수술

치료 방향은 증상의 단계(Grade)와 경제적 상황, 강아지의 나이 등을 고려하여 결정합니다.

내과적 처치 (비수술 치료)

주로 1~2단계의 초기 환자에게 적용됩니다.

  • 절대 안정 (Cage Rest): 최소 4주~6주간 좁은 케이지 안에 가둬 움직임을 최소화합니다. 찢어진 디스크 막이 스스로 아물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지키기 어려운 치료법입니다.
  • 약물 치료: 스테로이드(소염제)나 진통제를 사용하여 신경의 부종과 통증을 줄여줍니다.
  • 재활 치료: 레이저 치료, 침 치료 등을 병행하여 통증 완화를 돕습니다.

외과적 수술

3단계 이상이거나, 내과적 치료에도 호전이 없는 경우 수술이 필요합니다.

  • 튀어나온 디스크 물질을 제거하고 척추뼈의 일부를 깎아내어 신경이 지나갈 공간을 만들어주는 수술입니다.
  • 수술 후에도 재활 훈련이 필수적이며, 재발 가능성이 있으므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6. 예방을 위한 생활 수칙

허리 디스크는 한 번 발병하면 완치가 어렵고 재발이 잦습니다. 따라서 생활 습관 교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1. 체중 조절: 과체중은 척추에 엄청난 하중을 줍니다. 갈비뼈가 만져질 정도로 날씬한 체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2. 점프 금지: 소파나 침대에 오르내리는 행동은 허리에 치명적입니다. 반드시 강아지 전용 계단(슬라이드)을 설치해 주세요.
  3. 두 발 서기 금지: 반갑다고 두 발로 서서 점프하는 행동, 간식을 달라고 조르는 행동을 못 하게 교육해야 합니다.
  4. 미끄럼 방지 매트: 미끄러운 바닥은 척추와 관절 모두에 악영향을 줍니다.

맺음말

강아지 허리 디스크는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특히 뒷다리를 질질 끄는 마비 증상이 보인다면 “며칠 지켜보자”라고 생각하는 순간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습니다.

단순 염좌일 수도 있지만, 디스크라면 1분 1초가 급한 상황일 수 있습니다. 우리 강아지가 허리를 구부리고 걷거나 안는 것을 거부한다면, 지체 없이 24시간 동물병원을 찾아 신경 검사를 받아보시길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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