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나 펫숍의 강아지 사료 코너에 가면 화려한 포장지들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유기농(Organic)’, ‘프리미엄’, ‘휴먼 그레이드’ 같은 문구들이 적혀 있고, 뒷면에는 알 수 없는 영어와 깨알 같은 글씨들이 가득합니다.
많은 보호자분이 광고나 지인의 추천에 의존해 사료를 선택합니다. 하지만 매일 먹는 주식인 사료는 우리 강아지의 건강과 수명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사료는 아닙니다. 포장지의 화려한 광고 문구 뒤에 숨겨진 ‘진짜 정보’를 읽어낼 줄 알아야 합니다.
오늘은 마케팅 상술에 속지 않고, 내 강아지에게 맞는 건강한 사료를 고르기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료 라벨(성분표) 분석법’을 알려드립니다.
1. 사료 등급표(오가닉, 홀리스틱)의 불편한 진실
인터넷에 떠도는 ‘강아지 사료 등급표’를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1등급 오가닉, 2등급 홀리스틱, 3등급 슈퍼 프리미엄 등으로 나뉘는 피라미드 형태의 표입니다.
하지만 충격적인 사실은, 이러한 등급은 공인된 기관(AAFCO, FDA 등)에서 정한 기준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는 사료 회사들의 마케팅 용어일 뿐이며, 법적인 효력이 없습니다.
‘오가닉’이라고 적혀 있어도 전체 성분의 95%가 아닌 일부만 유기농일 수 있으며, 영양학적으로 완벽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따라서 등급 이름보다는 실제 뒷면의 ‘원재료 명칭’을 확인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2. 제1성분(First Ingredient)의 법칙
사료 뒷면의 ‘사용한 원료의 명칭’을 보세요. 현행법상 함량이 높은 순서대로 표기하게 되어 있습니다. 즉, 맨 처음에 적힌 재료가 이 사료의 정체성입니다.
좋은 예
- ‘뼈를 발라낸 닭고기’, ‘신선한 연어’, ‘오리 살코기’
- 수분이 포함된 생육(Fresh Meat)을 의미합니다. 단백질의 질이 높고 소화 흡수율이 좋습니다.
주의할 예
- ‘닭고기 분(Chicken Meal)’, ‘육분’
- 고기를 건조해 가루로 만든 것입니다. 단백질 함량은 높을 수 있지만, 어떤 부위가 들어갔는지 명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정 고가 브랜드가 아닌 저가 사료의 경우 털, 깃털, 발톱 등이 섞일 우려가 있습니다.
- ‘옥수수’, ‘밀’, ‘쌀’
- 육식 동물에 가까운 강아지 사료의 제1성분이 곡물(탄수화물)이라면, 원가 절감을 위한 저급 사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3. 피해야 할 ‘불명확한’ 재료들
사료 라벨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모호한 표현’입니다. 재료가 투명하지 않다는 것은 숨기고 싶은 것이 있다는 뜻입니다.
- 동물성 지방 (Animal Fat): 어떤 동물의 지방인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도축 폐기물이나 로드킬 된 동물이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닭고기 지방(Chicken Fat)’처럼 출처가 명확해야 합니다.
- 육골분, 부산물 (By-product): 살코기가 아닌 내장, 뼈, 피 등을 갈아 만든 것입니다. 영양가는 있을 수 있으나 원료의 품질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 가수분해 단백질: 알레르기 처방식에는 필수적이지만, 일반 사료에 출처 없이 표기되었다면 원재료의 질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4. 위험한 화학 첨가물 확인하기
유통기한을 늘리고 기호성을 높이기 위해 들어가는 합성 첨가물은 강아지의 간과 신장에 축적되어 암이나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다음 성분들이 보인다면 구매 목록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습니다.
- BHA, BHT, 에톡시퀸(Ethoxyquin): 대표적인 합성 보존료(방부제)입니다. 발암 의심 물질로 분류됩니다. 대신 ‘로즈마리 추출물’, ‘비타민 E(토코페롤)’ 같은 천연 보존료를 사용한 제품을 선택하세요.
- 인공 색소 (적색 n호, 황색 n호): 강아지는 사료의 색깔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오직 보호자의 눈에 맛있게 보이기 위해 넣는 불필요한 화학물질입니다.
- 프로필렌 글리콜: 습식 사료의 쫄깃한 식감을 위해 사용되지만, 장기간 섭취 시 빈혈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5. AAFCO 기준 충족 여부
미국 사료협회(AAFCO)는 반려동물 사료의 영양학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가장 공신력 있는 기관입니다.
물론 AAFCO 기준을 통과했다고 해서 무조건 최고급 사료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영양 균형’을 맞췄다는 기본 인증입니다. 사료 포장에 “AAFCO의 영양 기준을 충족합니다(Complete and Balanced)”라는 문구가 있는지 확인하세요.
특히 ‘전연령용(All Life Stages)’인지, ‘성견용(Adult Maintenance)’인지 구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성장기 퍼피에게 성견용 사료를 먹이면 영양 결핍이 올 수 있습니다.
6. 성분량 계산의 함정 (DM 기준)
포장에 적힌 ‘조단백 30%’는 수분이 포함된 상태의 수치입니다. 건사료(수분 10%)와 습식사료(수분 80%)를 직접 비교하려면 수분을 뺀 ‘건물 기준(Dry Matter, DM)’으로 환산해야 합니다.
- 계산법: 등록 성분량 / (100 – 수분 함량) * 100
- 예를 들어, 수분 80%인 습식 캔의 단백질이 10%라고 적혀 있다면, 실제 건물 기준 단백질은 50%에 달하는 고단백질 식단일 수 있습니다.
맺음말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를 만든다(You are what you eat)”라는 말은 강아지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매일 먹는 사료 한 알이 모여 강아지의 피부가 되고, 근육이 되고, 면역력이 됩니다. 오늘 당장 우리 강아지가 먹고 있는 사료의 뒷면을 뒤집어 보세요. 화려한 앞면의 광고 문구가 아닌, 뒷면의 깨알 같은 글씨 속에 진짜 건강의 비결이 숨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