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4분! 강아지·고양이 심폐소생술(CPR) 및 기도 폐쇄 응급처치 매뉴얼

평화롭던 오후, 간식을 먹던 강아지가 갑자기 “켁켁”거리더니 잇몸이 파랗게 변하며 쓰러집니다. 혹은 자고 있던 노령묘가 아무리 흔들어도 깨어나지 않습니다. 상상만 해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이 상황, 여러분은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나요?

많은 보호자님이 아이를 안고 무작정 동물병원으로 달립니다. 하지만 심정지나 기도 완전 폐쇄가 왔을 때, 우리에게 주어진 ‘골든타임’은 단 4분입니다. 뇌세포가 산소 부족으로 파괴되기 시작하는 이 짧은 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 순간, 보호자는 주인이 아니라 ‘유일한 119 구급대원’이어야 합니다. 오늘은 내 아이의 생명을 내 손으로 지키는 반려동물 심폐소생술(CPR)과 하임리히법, 그리고 바이탈 사인 체크법을 완벽하게 숙지해 보겠습니다. 이 글은 즐겨찾기나 캡처를 해두고 비상시에 꼭 꺼내 보시기 바랍니다.

1. 생명의 신호등: 바이탈 사인(TPR) & CRT 체크법

응급처치의 시작은 ‘현재 상태 파악’입니다. 수의사들이 응급실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4가지 지표(체온, 맥박, 호흡, 잇몸 색)를 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평소 아이가 건강할 때 정상 수치를 알아두세요.

구분 정상 범위 (개/고양이) 측정 방법 & 주의사항
체온 (T) 38.0℃ ~ 39.2℃
(사람보다 높음)
디지털 체온계 끝에 바셀린을 바르고 항문에 2~3cm 넣어 측정합니다. 40℃ 이상이면 열사병, 37℃ 이하면 저체온증입니다.
맥박 (P) 소형견: 100~140회
대형견: 60~100회
고양이: 140~220회
허벅지 가장 안쪽(사타구니) 동맥에 손가락 2개를 대고 1분간 뛰는 횟수를 셉니다.
호흡 (R) 10~30회 / 분 아이가 편안히 잘 때 가슴이 오르내리는 횟수를 측정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CRT
(모세혈관)
2초 이내 회복
(선홍색 잇몸)
윗입술을 들고 잇몸을 손가락으로 꾹 눌러 하얗게 변하게 한 뒤, 다시 분홍색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잽니다. 2초 이상 걸리거나 잇몸이 창백/파랗다면 쇼크 상태입니다.

2. 기도가 막혔을 때: 반려동물 하임리히법

사탕, 뼈 간식, 장난감 공 등을 삼키고 숨을 못 쉬는 상황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기침을 할 수 있다면 뱉어내게 두는 것이 좋지만, 소리도 못 내고 괴로워하며 잇몸이 파랗게 변한다면(청색증) 즉시 하임리히법을 시행해야 합니다.

Step 1. 입안 확인 (절대 손가락 금지)

입을 벌려 이물질이 눈에 보이고 손가락으로 쉽게 집어낼 수 있는 위치라면 조심스럽게 제거하세요. 하지만 이물질이 목구멍 깊숙이 박혀있다면 절대 손가락을 넣지 마세요. 아이가 놀라서 깨물 수도 있고, 오히려 이물질을 더 깊이 밀어 넣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Step 2. 중력 활용 (거꾸로 들기)

  • 소형견/고양이: 뒷다리를 잡고 거꾸로 들어 올려(물구나무 자세), 중력으로 이물질이 나오게 유도합니다. 이 상태에서 견갑골(날개뼈) 사이를 손바닥으로 5회 정도 강하게 두드립니다.
  • 대형견: 덩치가 커서 들 수 없다면, ‘손수레 자세’처럼 보호자가 아이의 뒷다리만 높게 들어 올립니다.

Step 3. 복부 압박 (하임리히)

Step 2로 해결되지 않으면 복부 압박을 시행합니다.

[자세] 아이가 서 있거나 엎드린 상태에서 등 뒤로 다가가 허리를 감싸 안습니다. 한 손은 주먹을 쥐고 명치 끝(갈비뼈가 끝나고 배가 시작되는 오목한 부분)에 댑니다. 다른 한 손으로 주먹을 감쌉니다.

[동작] ‘빠르고 강하게’ 주먹을 후상방(아이의 등 쪽과 머리 쪽 방향)으로 훅 당겨 올립니다. 횡격막을 자극해 폐 속 공기의 압력으로 이물질을 튕겨내는 원리입니다. 5회 반복하고 이물질이 나오는지 확인합니다. 의식을 잃으면 즉시 CPR로 전환합니다.

3. 심장이 멈췄을 때: 심폐소생술(CPR) 실전

아이를 불러도 반응이 없고(의식 소실), 가슴이 움직이지 않으며(호흡 정지), 허벅지 안쪽 맥박이 뛰지 않는다면 심정지 상태입니다. 이제부터는 1분 1초가 생명입니다. 망설이지 말고 압박을 시작하세요.

1. 자세 잡기 (오른쪽이 바닥으로)

강아지나 고양이를 바닥에 눕힙니다. 이때 반드시 오른쪽 옆구리가 바닥에 닿고, 왼쪽 옆구리가 위를 향하도록 눕혀야 합니다. 심장은 가슴 중앙에서 약간 왼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왼쪽이 위로 와야 압박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2. 정확한 압박 위치 찾기

아이의 앞다리 팔꿈치를 굽혀서 가슴 쪽으로 당겨보세요. 팔꿈치가 가슴에 닿는 그 지점이 바로 심장이 있는 곳입니다.

3. 흉부 압박 (Compressions)

  • 방법 (중·대형견): 사람 CPR처럼 양손을 깍지 끼고 팔꿈치를 곧게 폅니다. 보호자의 체중을 실어 가슴 두께의 1/3 ~ 1/2 정도가 쑥 들어갈 정도로 강하게 누릅니다.
  • 방법 (소형견·고양이): 흉곽이 작으므로, 한 손으로 가슴 전체를 감싸 쥐고 엄지손가락과 나머지 손가락으로 양쪽에서 압박합니다.
  • 속도: 분당 100~120회. 매우 빠른 속도입니다. 가수 비지스의 ‘Stayin’ Alive’나 동요 ‘아기상어’의 비트와 비슷합니다.
  • 사이클: 30회 압박 후 2회 인공호흡 (30:2)을 한 세트로 반복합니다.

4. 인공호흡 (Rescue Breaths)

흉부 압박 30회 후, 기도를 확보(목을 일자로 펴줌)합니다. 반려동물은 입이 길어 사람처럼 입 대 입으로 하면 공기가 샙니다. 아이의 입을 손으로 꽉 쥐어 다물게 한 뒤, 보호자의 입을 아이의 코에 밀착시키고 숨을 불어넣습니다.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지 눈으로 확인하세요. (소형견/고양이는 폐가 작으니 너무 세게 불어넣으면 안 됩니다.)

4. 비상 상황 대비: ‘펫 구급상자’ 만들기

집에 사람 비상약은 있어도 동물용 구급상자가 없는 집이 많습니다. 오늘 다이소에 가서 작은 플라스틱 통을 하나 사세요. 그리고 아래 물품을 채워 넣으세요.

  • 소독약: 포비돈(빨간약) 희석액 또는 클로르헥시딘 소독약. (사람용 알코올은 너무 쓰라리고 정상 세포도 손상시키므로 피하세요.)
  • 드레싱 용품: 멸균 거즈, 자가 점착 붕대(털에 안 붙는 붕대), 의료용 종이 반창고.
  • 도구: 끝이 둥근 가위(털/붕대 자르기용), 핀셋(진드기/가시 제거), 주사기(물약/유동식 급여용), 디지털 체온계.
  • 가장 중요한 것: 뚜껑 안쪽에 가장 가까운 24시 동물병원 전화번호와 주소를 크게 써놓으세요. 당황하면 검색할 시간도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건강한 아이에게 미리 CPR 연습을 해봐도 되나요?

A. 절대 안 됩니다.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고 있는데 가슴을 강하게 압박하면 멀쩡한 심장에 쇼크를 주어 부정맥(심정지)이 오거나, 연약한 갈비뼈가 부러져 폐를 찌를 수 있습니다. 연습은 반드시 반려동물 크기의 인형으로 하시고, 실제 아이에게는 심장 위치만 손으로 살짝 짚어보는 정도로 익히세요.

Q. CPR 중에 ‘우두둑’ 하고 갈비뼈 부러지는 소리가 났어요. 멈춰야 하나요?

A. 멈추지 말고 계속하세요. CPR의 목적은 멈춘 심장을 대신해 뇌로 피를 보내는 것입니다. 갈비뼈 골절은 나중에 치료할 수 있지만, 멈춘 심장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Q. 병원으로 이동 중에는 어떻게 하나요?

A. 가능하다면 2인 1조가 최고입니다. 한 사람은 운전하고, 한 사람은 뒷좌석에서 아이를 눕히고 계속 CPR을 해야 합니다. 혼자라면 스피커폰으로 병원에 상황을 알리며(도착 즉시 처치할 수 있도록) 최대한 안전하고 빠르게 이동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내 두 손이 ‘움직이는 구급차’가 되어야 합니다

응급 상황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상황’ 그 자체가 아니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보호자의 공포와 무력감’입니다. 당황해서 울면서 발만 동동 구르는 그 1분이, 아이에게는 영원한 작별의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배운 내용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인형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해 보세요. 팔꿈치가 닿는 심장의 위치, 명치 끝을 당기는 하임리히의 동작. 이 작은 지식이 언젠가 기적을 만드는 4분의 마법이 될 것입니다. 부디 이 기술을 실제로 쓸 일이 평생 없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만약의 순간에 여러분의 두 손이 아이를 지켜내는 가장 튼튼하고 따뜻한 방패가 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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